KU-The Future

기금문고

도서 발전기금 기부관련 회고담

식품공학부 교수 이 철

식품공학부 김동훈 명예교수님께서, 2009년 1월 고려대학교 발전기금(도서기금)으로 1억 5천만 원을 기부하여 주셨다는 따뜻한 소식을 지난 주 수요일날 듣게 되었습니다. 대외협력처장으로부터 김동훈 명예교수님의 발전기금기탁 소식과 함께 감사패전달식에 교수님의 제자인 본인도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금요일날 김교수님 댁을 찾아뵈었습니다.

정년퇴임을 하신지 10여년 만에 뵙는 선생님께 특히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지정기탁 하게 된 연유가 궁금하여 여쭈어 보았더니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학교에 재직하는 동안 도서관 덕을 많이 보았지요. 또, 고려대학교 도서관은 귀중한 장서를 많이 보관하고 있어서, 전공이외의 서적을 대할 기회가 대단히 많았지요. 지금의 대학원 도서관은 건물외관의 역사나 장서내용이나 타의 대학도서관에 비해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또, 재직 시 신세를 가장 많이 진 건물이구요. 그래서, 단과대학이나 학과보다는 중앙도서관을 택한 것이지요.’

김 명예교수님의 학문에 대한 애착과 대학도서관 애찬론은 본인이 대학재학시절부터 늘 들어왔던 것이라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재학시절 도서관에서 도서대출을 받으면 맨끝장 선대출자의 기록부에 김교수님의 함자가 항상 기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내가 보고자 했던 서적의 대부분이 이러한 경우였던 것으로 기억되니, 당시 선생님의 도서관 이용빈도수는 아마도 고려대학교 내에서 가장 높았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몇 년 전부터 혼자 생활하셨기 때문에 가사정리가 힘드셨든지, 정들었던 성북동 단독주택을 떠나 광희동의 어느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왜 하필 교통이 번잡한 세종로 부근인가 궁금했는데, 제자들이 ‘교보문고’에서 자주 뵙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주거요건은 늘 책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깜박 잊었던 것입니다.

또, 본인이 5년 전인가 과학도서관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1994년 정년퇴임 후 뜸하다가, 학교행사에서 김 명예교수님을 뵙게 되어 뭔가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가 여쭈어 보았더니, 첫마디에 과학도서관 출입신분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셔 발급해 드린바가 있습니다(도서관내규로 본 대학의 명예교수님은 어느 분이나 출입증 없이 본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김교수님은 아마도 눈에 확실히 보이는 소속감(도서관출입증)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김교수님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여명기에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시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식품공학과 석사, 박사학위 취득하신 후(1959년 박사학위 취득), 귀국하여 고려대학교(1966년 부임)에서 1968년도에 식품공학과(지금의 사범대학 가정학과 건물이 당시 김교수님이 학교의 재정으로 설계신축한 ‘식품공학관’ 건물임)를 창설하셨습니다. (당시 김동훈교수님의 ‘식품공학과 설립취지’에 부응하여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도 농예화학과에 식품공학전공(1968년)을 두었고, 연세대학교는 공과대학에 1969년도에 설립하게 됩니다.)

김교수님의 전공분야는 ‘식품과학’ 가운데 ‘식용유지의 산패’분야로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출발한 “래디칼에 의한 유지의 자동산화” 이론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셨고, 또한 이 분야의 계승발전에 거의 30년을 보내신 학자이십니다. 당연히 국내 ‘유지의 산패’의 분야에서는 독보적 위치를 견지하고 계시며, 1974년에 저술한 “식품화학”은 지금까지 증보를 거듭해 오면서 가히 식품과학분야의 정석교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출간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유명서점(교보, 영풍)에서 학생들에게 주목받는 전공서적입니다. 특히, 이 저서의 뛰어난 독창성과 우수성으로 식품과학분야를 대표하는 학회로 여기는 ‘한국식품과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學會의 大賞인 ‘학술상’의 대상이 저서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는 일입니다.)

1974년 당시 남재 김상협 총장께서 농과대학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한독원조프로그램을 추진하셨을 때, 김 명예교수님은 고려대학교 측 Counterpart임무를 맡게 되셨는데 독일실험기자재, 특히 독일도서구입에 열정을 다하신 결과 아직도 본교 도서관의 독일, 미국, 일본의 장서가 자연과학분야에 한해서는 우리나라 어느 대학도서관보다 많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제 팔순으로 건강도 여의치 않으시고, 자제분들이 모두 미국대학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가사문제 등 여러 가지가 불편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부를 통해 김교수님은 오로지 고려대학교의 발전과 후학들의 성장만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본인도 지난 10여 년 동안 ‘인간과 식량’이라는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핵심교양과목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대학의 스승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왔는데, 선생님을 통해서 대학의 스승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진정으로 애정을 가지고 함께 한 대학도서관 또한 지식의 스승임을 되새겨봅니다. ‘대학의 스승은 대학도서관’이라는 말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